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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 산업별 성장전력 꿰뚫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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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 산업별 성장전력 꿰뚫어보기

이지효

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 산업별 성장전략 꿰뚫어 보기

책 내용이 다 좋지만, 특별히 관심가는 주장이 있어서 해당 내용 전체를

발췌…(18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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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한국에서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회사의 주인이 누구냐는 논란이다. ‘주주가 주인이지’라는 주장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꼭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라는 가치관 하에 돌아가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미국과 영국뿐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 등 많은 선진국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회사의 주인에는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고객 등이 모두 포함된다.

회사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회사라는 것은 개개인이 농사짓고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분업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여기에 반대급부로 참여한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는 효용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만들어 진 조직이다. 그런 점에서 종업원이 회사에 대한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 수 있다. 프랑스나 독일을 보더라도 자본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조합이나 길드에서 비롯된, 종업원들이 회사의 주인인 형태의 회사가 많이 발전해 왔을 뿐 아니라 오랜 동안 가족들이 키워온 회사가 많다보니 굳이 상장된 주식회사가 아닌 형태의 회사도 많다. 이러한 사회적인 합의 하에서 키워져 온 ‘회사’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주식회사라는 형태가 접목되었어도, 주주만이 아닌 종업원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닥치자 많은 한국기업들이 경쟁력을 위한 노동유연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과연 이런 주장에 근본적인 철학이 깔려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한번 외국을 살펴보자.

먼저 경제성장율을 살펴보면 일본과 독일은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나라의 특징은 바로 기업이 임직원과 사회를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실업율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미국은 기업들이 주주의 수익을 유지하는 대가로 임직원을 포기한 것이고, 일본이나 독일은 임직원을 지켜내는 대가로 주주의 수익을 포기한 거라고 이야기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과연 무엇이 낫고, 무엇이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이런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가 공통적인 가치관을 갖고 합의를 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한국은 그런 점에서 아직까지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문제는 주식회사에 대한 철학이다. 회사를 만들고, 생산활동을 하기 위한 ‘자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보다 많은 양의 자본을 쉽게 조달하기 위해서 ‘익명의 다수’로부터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뜻에서 ‘주식회사’라는 개념이 발전했다. 그 기반에는 ‘주식수 만큼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렇게 본다면 적어도 주식회사에서 만큼은 ‘주주가 주인’이라는 사실로만 받아들이고 주장하기에 앞서 미국이나 영국에서  어떻게 주식회사가 만들어질 수 있었고, 어떻게 움직여지는 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주식회사라는 시스템이 생겨나고 유지된 가장 근본적인 바탕에는 ‘주주’와 ‘경영’의 분리라는 사상이 깔려있다. 즉, 발전된 자본시장의 바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경영’에는 아무런 상관없이 회사에 투자하고, 반대로 회사의 경영자는 수 많은 주주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는 전혀 상관없이 회사의 가치극대화를 위해서만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어떤 회사의 임직원이 회사의 가치에 피해를 입힌다면 그 임직원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 오랜 자본주의의 역사 속에서 발전된 사회적인 합의가 된 회사를 운영하는 노동자와 경영자는 회사의 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반대로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논리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주식회사다. GE의 오너, IBM의 오너, GM의 오너가 누구인지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반적으로 미국의 주식회사에서 ‘오너’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한 ‘투자자’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 IBM 회장이었던 루거스너의 이름은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산업을 육성시키고, 경제를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한국에서 기업은 ‘주주’에 대한 책임보다 ‘사회’에 대한 책임이 더 컸다. 정부는 기업가, 즉 ‘오너’들에게 많은 권리를 보장해 주었다. 이들은 많은 이권을 얻었고, 낮은 금리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적은 지분율만 가지고도 쉽게 경영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런 혜택의 이면에는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이 일할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가 주어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은 회사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쳤다. 성실과 근면은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한국의 근로시간이 이를 대변해 준다.

문제는 최근이다. 갑자기 미국식 자본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과거의 합의와는 다른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과거 많은 권리를 부여받은 ‘오너’들이다. ‘주주’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시된다고 하고, 다른 것들, 즉 사회적인 책임이나 근로자에 대한 책임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력의 유연성’이 선진기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도 이야기한다. 물론 이것이 틀린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맞는 이야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이며, 그에 맞는 권리와 의무다.

한국은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서로 권리만을 주장하고, 의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근로자나 사회보다 주주를 중시하겠다는 미국식 가치관을 주장하려면 ‘소유’자가 아닌 ‘경영’자로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질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 근로자가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경영자부터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경영을 위해서 ‘오너’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생뚱맞다. 미국식 주식회사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라. 경영은 경영자의 몫이지 대주주의 몫이 아니다. 그리고 그 책임이라는 것은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회사를 물러나고, 의사결정이 잘 되었을 때 그 보상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지금의 ‘오너’ 중심 경영은 기업의 성과에 대한 책임을 불투명하게 만들 가능성조차 있다. 수많은 혜택과 함께 불과 10%도 안 되는 주식을 보유한 것만으로 ‘경영권’을 당연하게 행사하고 세습하면서도, 회사의 손해에는 책임도 지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중범죄인 배임을 해도 경제에 기여했다는 논리하에 별다른 처벌도 받지 않는다. 물론 지금까지의 한국의 가치관에서는 인정할 수 있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일이 과연 미국식 주식회사 체계에서 가능한 이야기인지, 그리고 이런 변화를 먼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면만을 부각하여 변화를 주장하다보니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대쪽에서는 한술 더 떠 근로자들이 주식회사라는 체계에 대한 고민도 없이 자신들이 회사의 주인인양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다. 그 와중에 한편에서는 직장이 아닌 가족과 개인생활에 보다 시간을 보내고, 그 안에서 보람과 가치를 찾는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혼란된 가치관은 결국에는 한국의 기업, 산업의 경쟁력에 큰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조건적으로 미국식인 가치관을 주장하는 것도, 무조건적으로 기업의 종업원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만을 강조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처음부터 내부적인 토론과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이런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의 가치관이 유지되기에는 이미 한국경제가 너무 커졌고, 그로인해 오너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개인의 행복이 중요시되고 있는 지금,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희생과 근면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기업에게 근로자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계속 지우는 것은 요즈음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기업들에게 짐이 될지도 모른다. 당장 한국의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사회구성원 전체의 기업과 산업, 그리고 국가경제에 대한 합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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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MayBeMayBe

February 27, 2011 at 22:49

Posted in I'v ever read,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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